WELCOME

 

혼합매체_40 x 200 x 8.6cm_2017

mixed media_40 x 200 x 8.6cm_2017

제주시 곳곳에는 “We love having you here.”라는 환영 인사가 적혀 있다. 어색한 표현에 문득 그 문장의 주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투어리피케이션이 심화된 상황에서 관광객을 환영하는 “we”는 정확히 누구일까? 동사 "love"는 불분명한 "we"와 맞물려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볼거리들을 두고 이상한 인사말에 꽂힌 것은 그것이 나와 닮았기 때문이리라.

 

“WELCOME”이라고 구멍을 뚫어 그 말만큼 비어 있는 간판을 만들었다.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환영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그 말은 좌우가 뒤집어져 있다. 전면은 하늘색과 구름색이 서서히 교차하는 LED로 환영 인사가 널려 있는 풍경을 그렸고, 후면은 거울로 봉합하여 자기 입장으로 가득 찬 시야을 담았다. 이것은 내가 매여 있는 오류를 위한 자소상이다.

작업노트

 

이상한 간판이었다. 제주공항을 나가면서 본 그것은 3개의 외국어만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중 영어 문장은 "We love having you here."라고 적혀 있었는데, 생경한 표현에 새삼 환영인사와 그것을 주고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we"는 어떤 사람들일까? "love"는 불분명한 "we"와 더불어 공허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이슈가 됐던 114의 인사말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왜 그 간판이 눈에 밟혔을까? 간판의 형식을 거울삼아 내 작업을 들여다본다. 간판의 이쪽에서 나는 "WELCOME"이라고 힘겹게 글자를 뚫으며 맞은편 사람에게 손짓하지만, 정작 간판의 저쪽으로 보이는 것은 좌우가 뒤집어진 말이다. 별문제 아니다. 간판을 돌리면 된다. 돌려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내가 매여 있는 오류를 찾아 비어 있는 글자로 채워진 육면체를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