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The moon does not shine on its own

 

혼합매체_21cm x 29.7cm x 7개, 설치_2017

mixed media_21cm x 29.7cm x 7pieces, installation_2017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면 항상 '죽고 싶다'는 말이 새어 나왔다. 실패, 좌절, 포기 따위로 너절한 삶에서 도피를 희망하는 신음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살고 싶다'가 굴절된 신음이기도 했다.

 

거울 필름을 유리 위에 펼쳐 바르고, 살고 싶다는 말을 칼로 겹쳐 그었다. 상처 난 은회색 필름을 보며 달을 떠올렸다. 일식의 구조처럼 액자 뒤에 LED 조명을 부착하고, 조광기를 연결했다.

 

거울은 사물을 반대로 비춘다.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나의 호흡이 형태를 드러낸다.

작업노트

 

0 황현산은 ‘실패’가 단순히 성공의 반대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의 통로’로 작동할 수 있음을 통찰한다. 그에 따르면, 실패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변화”를 매개하기도 하며(당신의 사소한 사정),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풀어내는 “구체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실패의 성자). 거듭되는 실패에 진저리 치며 그것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싶기만 하는 마음에 황현산의 생각은 차분한 영감을 주었다.

 

1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면 항상 새어 나오는 소리가 있다. '죽고 싶다.' 실패, 좌절, 포기 따위로 너절한 삶으로부터 도피를 희망하는 신음이다. 그러나 이것은 '살고 싶다'가 굴절된 신음이기도 하다. 나는 이 신음소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2 나를 정확히 그러나 반대로 반영하는 거울 위에 신음소리를 새겼다. '살고 싶다', '살아야 한다', '살아낸다'... 소원을 빌 듯 칼로 반복해서 그었다.

 

3 내 작업은 답이 아니다. 돌려 막는 질문이다. 대답은 유예되고, 어둠은 층을 더한다.

 

4 달은 해의 거울이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