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없는 것의 슬픔은 슬프지 않다
The sadness of the one who has no voice is not sad
캔버스에 유채_100cm x 65.5cm_2010
oil on canvas_100cm x 65.5cm_2010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노센스>에 인용된 문구를 차용한 제목이다. "새의 피에는 울음이 배었으나, 물고기의 피에는 울음이 없으니, 목소리 있는 자 행복하도다." 나의 고립이 나의 (비)자발적 발언 포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생각을 담았다.
이식
내 발길이 그의 기억 위로 포개졌을 때
그는 억울한 몸부림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꼭두각시인형을 사람처럼 잡아
뜯는
무서운 행렬
그를 두들기는 저주는
날벌레떼처럼 까맣게 들끓었다
그는 그저 죽어야했고
아무도 처형의 정의를 입에 담지 않았다
허공을 물고 있던 그의 입은 다만
아득한 갈망
원망도 신음도 소리에 이르지 못했다
마귀 같은 사람들은
그를 미친 듯이 흔들어댔고
잔혹한 팔자는
형장에 닿기도 전에 그의 목을
뽑아버렸다
아아, 그는 내 어깨에 올라타고 울었다
내 얼굴로 울었다
“아직 좀 더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는데!”
울면서 깨어난 내게 그가 계속 말했다
“나는 스물일곱 살이다. 나는-
달아났다
듣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상처는
내 누웠던 곳에 계속 엎드린 채로
줄기차게 벌어져갔다
흐느끼던 빗발이 구름으로 펼쳐 흐를 즈음
몇 년의 달음질은
고향처럼 그를 향해 휘어들었다
여기, 늦은 위로를 새긴다
이것은 굿을 위한 굿이니 이 기록엔 각색이 없다
시간은 이 삶의 굴곡을 닮아
평행하지 않더라
신의 섭린 복수를 뜻하매 새들은 뜨겁게 흘러내릴 것이다
너는, 억울하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