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블랙아웃

2012. 5. 25 - 6. 8

서울대학교 106동 실외수영장

기획: 박호은, 윤채은, 진나래

​박호은

서울대 캠퍼스에는 관련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폐수영장이 있다. 세월을 거치며 심하게 훼손된 이 수영장은 관계자의 거듭된 교체와 망각 속에 관념적으로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학교 안에 흉가 수준의 건물이 30년가량 방치되어있다는 사실에서 느낀 모종의 문제의식은 폐수영장의 시각적 강렬함을 이용한 전시의 구상으로 발전되었다.

전시 타이틀인 BLACKOUT은 전시의 장소이자 매체로 사용하는 건물의 상태에 대한 비유다. 전기가 끊어진 폐건물에서 이루어지는 전시인 만큼 전통적 미술공간인 화이트큐브에서 전시할 때와 달리 여러 제약조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조건이나 불편한 요소가 장소특정적 작업이나 전시에서는 오히려 작업을 확장하는 요소이자 다른 전시와의 차별점을 구축하는 요소가 되고는 하는데, 이 전시에서 또한 그러하다.

이 전시는 폐수영장에 남은 험한 풍화의 흔적이나 쌓여있는 쓰레기, 낙서 등을 수영장의 과거에 대한 감각적 증언으로 본다. 참여작가들은 이를 활용하여 폐쇄 전후 이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장소특수성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연구를 선보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106동 실외수영장이 유실한 객관적 자료의 공백에 대한 미술적 발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참여작가들의 작업은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공간의 특이성을 이용한 설치나 그림, 조각, 사진 또는 전시기간 내내 진행되는 프로젝트성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폐수영장에 접근한다. 이 작업들이 현장과 만나며 빚어내는 조화나 충돌을 통해 관객들에게 지금의 시간과 인식에 생각지 못했던 균열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원래 폐수영장을 개조 보수하여 미대 졸업생을 위한 레지던시를 만드는 팀의 프로젝트와 이어질 계획이었다. (두 프로젝트는 일부 기획자가 겹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분리되어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모 기업이 서울대에 건물을 기증하는 과정에서 해당 면적만큼의 공간을 녹지화해야 하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였고, 녹지화 하는 장소로 이 폐수영장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대부분의 승인과정을 거쳤음에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학교 내부 시설의 문제를 환기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시작한 것이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겪은 여러 현실적 문제들은 프로젝트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 형태를 통해 미술이 현실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와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