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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 체험 에세이

2015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 국내작가전

경험의 공기

2015. 11. 13 - 12. 12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전시실

박호은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나는 주로 한국 사회의 공적 이슈들을 작업 소재로 다뤄왔다. 내가 속한 사회를 확장된 자신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가게 된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스트라스부르 혹은 프랑스 혹은 유럽을 그렇게 느끼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언어적 균열이 내 주위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형성한 까닭이다. 불어를 하지 못하는 나는 지역 신문이나 소식지를 읽지 못했고, 지역 사람들과 원활히 대화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머물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화제들로부터 고립되었고, 작업은 당장 직접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소통의 문제에 집중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Translated Landscape〉 시리즈는 교환입주 기간 동안 진행하고 전시했던 네 가지 작업 중 하나다. 읽을 수 없는 간판과 안내문으로 점철된 외국 거리를 거닐 때 종종 했던 생각 '저게 다 한국어면 참 편할 텐데...'를 사진 조작으로 구현했다. 작업에 쓰인 "스트라스부르역", "CEAAC", "음악과 무용의 도시" 등의 건물이 담긴 사진은 전시를 보러 올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이리라 생각해서 선택한 것들이다. 이를 통해,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낯익음과 낯섦의 기이한 충돌을 제공하고, 현지인에게는 외국인이 자신들의 고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의 일부를 역설적으로 체험케 하고자 했다.

교환입주 기간 동안 진행한 작업들은 언어를 매개로 발생하거나 드러나는 문제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나의 외국어 능력에서 비롯한 사적 이슈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 구분된다. 그런데 이렇게 내용적 측면에서 초점을 좁힌 것은 뜻밖에 형식적 측면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소재를 다루고 표현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 변화에 따른 작업 다이어트였고, 그로 인해 내 작업의 골격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앞으로 작업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준 고양 레지던시와 CEAAC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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